센스 있는 인사는 웃기려는 인사와 다릅니다. 상대가 지금 겪고 있을 상황을 알아채고 그것을 한 줄로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이 센스입니다. 명절 잔소리, 귀성길 정체, 명절 노동, 살찌는 걱정처럼 누구나 겪는 일을 웃음으로 바꾸면 됩니다. 아래 20문장은 그 방향으로 골랐고, 마지막에 웃기려다 선을 넘는 표현을 따로 적었습니다.
잔소리를 웃음으로 바꾸는 5
- 이번 추석 잔소리 예상 질문지 미리 보내 줄게. 답변 준비해서 가.
- “취업은”이라고 물으시면 “송편은요”로 받아쳐. 화제 전환 기술이야.
- 결혼 얘기 나오면 나한테 전화해. 급한 일 생긴 척해 줄게.
- 잔소리 한 번에 용돈 만 원씩 받는 걸로 협상해 봐. 안 되면 나한테 보고.
- 올해 잔소리 방어 목표는 무실점이야. 결과 공유 바람.
귀성길과 명절 노동을 웃기는 5
- 고속도로에서 보름달 세 번 뜨는 거 보기 전에 도착하길.
- 전 부치다가 나 자신이 전이 되는 기분 들면 연락해. 같이 뒤집어 줄게.
- 휴게소 호두과자는 명절 세금이야. 그냥 사.
- 설거지 담당 정해졌어? 가위바위보는 세 판 두 승제로 해.
- 명절 노동 끝나면 훈장 대신 치킨 사 줄게.
친구와 동료에게 통하는 5
- 추석 지나고 만나면 서로 몸무게 얘기는 안 하는 걸로. 협정 체결.
- 연휴 5일 중 하루라도 나 생각하면 성공이야. 4일은 쉬어.
- 보름달 보고 소원 빌 때 내 승진도 하나 끼워 줘. 답례는 커피.
- 연휴 끝나고 출근하면 우리 다 낯선 사람일 거야. 미리 인사해 둘게. 안녕.
- 명절 음식 사진 보내면 답장 대신 침 흘리는 이모티콘 갈 거야. 각오해.
어른께 써도 되는 가벼운 5
- 어머니, 올해는 제가 전 부칩니다. 맛은 보장 못 하지만 정성은 보장합니다.
- 아버지, 이번 추석엔 제가 운전합니다. 뒷자리 승차감 후기 부탁드려요.
- 고모, 고모 김치 없으면 저희 집 추석은 시작이 안 됩니다. 곧 뵙겠습니다.
- 큰아버지, 작년에 지신 윷놀이 설욕전 준비되셨죠. 저희도 연습했습니다.
- 할머니, 할머니 송편이 세상에서 제일 통통해요. 그 송편 먹으러 갑니다.
웃기려다 선을 넘는 표현
취업, 결혼, 출산, 성적처럼 상대가 예민할 수 있는 주제로 놀리는 문장은 아무리 가벼워도 피합니다. 내가 웃기려 한 말이 상대에게는 올해 가장 듣기 싫은 말일 수 있습니다. 외모와 몸무게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살 좀 빼고 와” 같은 문장은 친한 사이에서도 남습니다. 어른께 드리는 농담은 스스로를 낮추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어른을 놀리는 농담은 자리에서 웃어도 뒤에 말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상을 당했거나 아픈 가족이 있는 집에는 농담을 빼고 평안을 비는 문장만 보냅니다.
센스가 통하는 상대와 통하지 않는 상대
같은 문장도 받는 사람에 따라 재치가 되기도 하고 무례가 되기도 합니다. 평소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내 말투를 아는 사이에서는 위의 문장이 그대로 통합니다. 반면 몇 달 만에 연락하는 사람이나 아직 거리가 있는 직장 동료에게는 첫 명절 인사를 평범하게 보내고, 상대의 답장 말투를 본 뒤 다음 인사에서 재치를 더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대가 먼저 농담으로 인사를 보냈다면 같은 온도로 받아 주면 됩니다.
재치 있는 인사에는 마지막 한 줄에 평범한 인사를 붙입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추석 잘 보내”처럼 농담 뒤에 진심을 두면 웃긴 문자로만 끝나지 않고 인사로 남습니다. 농담만 있는 문자는 읽고 웃은 뒤 잊힙니다.
센스 있는 인사를 어른께 보내도 되나요?
됩니다. 다만 위의 예문처럼 자신을 낮추거나 어른의 솜씨를 치켜세우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어른을 놀리는 방향은 피합니다.
웃긴 인사에 답이 없으면 실패한 건가요?
명절엔 문자가 몰려 답이 늦을 뿐입니다. 답이 없다고 다시 더 웃긴 문장을 보내면 부담이 되니, 연휴가 끝난 뒤 평범한 안부로 한 번 더 보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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